대공원역 그곳은 내 어린 추억들이 머물러 있는 곳
지금은 세상을 떠난 친구와 초등학교 시절
추운 손 호호 불어가며 놀이기구를 타기도 했고
중학교 시절 내 인생 최초의 미술관에선
하늘 높이 선 백남준의 다다익선을 보며 우와 했고
미술관 뒤 캠핑장에선 벌레를 쫓아가며
코펠 속 설익은 밥을 친구들과 나눠먹기도 했고
어리지만 설렘 가득한 채로 그 아이와 동물원에서
김밥을 먹기도 했다.
대공원역에 도착해 지하에서 지상으로
높디 높은 에스컬레이터를 오를 때의 두근거림
역으로 올라와 대공원 입구까지 걸으며
양쪽으로 나있는 각종 노점을 구경하던 일
500원을 내고 코끼리 열차에 올라타
선선한 바람이 머리칼을 넘기던 날들
밤이면 녹초가 되어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실을 때,
그럼에도 다음을 기약하며
대공원역에게 안녕을 고할 때
대공원역과 내 어린 기억들
-2017년 9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