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기자가 된 친구들의 이름을 검색해 그들이 쓴 기사를 읽는다.
'이곳 저곳 고생 많았겠구나' 하는 안쓰러움이 들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그렇게 보다 한 친구의 기사가 눈에 밟힌다.
재벌 3세의 폭행 사건을 옹호하는 기사, 노조의 집회를 비판적으로 비추는 기사.
스트레이트 기사가 아닌 어떤 시각이 느껴지는 기사이기에 더욱 마음이 불편하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함께 공부하며
그 친구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잘 알기에 더욱 의아했다.
하지만 기사 말미 친구의 이름 바로 앞에 붙는 선배 기자의 이름을 보고 납득이 갔다.
참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켜보는 것 보다는 안부라도 전할까 하여 전화를 걸었다.
나와 함께 소주파로 절대 취하지 않던 친구가 거의 취해있다.
온전히 취기 때문이라고 할 수 없는 지친 감정이 목소리에 베어있다.
너무 힘든 날이라며 말하는 친구에게
기사 잘 보고 있다, 네이버 뉴스에서 구독도 눌러놨다고 말하니 기뻐한다.
최승호 PD가 MBC 사장이 되는 날이 올 줄 어떻게 알았냐며
꼭 시험장에서 다시 만나자는 다짐,
메이저 언론사에서 곧 있으면 수습을 떼는 선배를 포함해
몇몇 동기들과 거국적으로 모이자 약속하며 전화를 마무리했다.
그토록 원하던 기자가 됐지만
원치 않는 기사를 쓰는 기분은 어떨까.
준비생 시절에는 상상만 하며 그래도 시켜주면 해야지 우리가 뭘 어쩌겠냐
웃으며 농담했지만
상상이 현실이 되니 생각처럼 웃어넘길만한 일은 아닌 듯 하다.
신입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 있으며
세상 일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그 과정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확연히 다를거다.
친구가 참 많이 고생스러울거란 생각에
마음이 아프지만
그것 또한 과정이며 이제 시작이기에 더 나아질거라고
더 좋은 기회가 있을거라고 믿고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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