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나를 괴롭혀왔던 것을 떼어내기 위해 상담을 신청했다.
나를 망치고, 내가 사랑하는 이를 망치고, 나의 고양이들을 겁먹게하고, 나의 이웃들을 불안하게 하는
이 병을 고쳐야만 한다.
별 기대가 되지도 않고 두려움도 크지만
이대로 있으면 더 망가지고 피폐해질까 두려워 용기를 냈다.
너무나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고, 상처를 줬고, 해를 가했다.
나는 무엇이 그리도 화가 나 참을 수 없었던 걸까
무엇이 그토록 나를 화나게 했나
나는 사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두렵다.
내 행동의 근원을 알기에 그것을 고치려는 노력이 더 두렵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더이상 내 두려움을 이유로 다른 이들에게 고통을 주면 안된다.
나는 바뀌어야 한다.
나를 위해 또 모두를 위해
나는 처절히 소리지르고 던지며 부수는 나의 괴물같은 모습을 바꿔야 한다.
점점 더 심해져 간다.
정도는 심해지고 빈도는 잦아진다.
이제는 흥분 상태가 가라앉고 나면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다.
나는 나를 바라본다.
병들고 미쳐버린 나를 본다.
회사 앞 아파트는 거진 다 지어져간다.
먼저 쌓아 올렸던 아파트엔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가 밤마다 불을 밝힌다.
나는 아직도 이 자리에 있다.
내가 차를 세웠던 길가는 아스팔트를 갈아 엎어
흙밭이 됐다.
그곳엔 또 다른 길이 깔리고, 건물이 쌓아 올려 질 것이다.
나는 또 그 과정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최근 나의 도전은 모두 실패했다.
꾸준히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실패는 부정적인 감정을 안긴다.
그럼에도 나를 응원해주는 이들이 있으면
살짝 마음이 풀려 그래, 경험이였다. 또 나아가겠다 웃곤 했지만 아니다.
실패는 실패다.
나는 너무나 많은 손을 벌리며 살려고 한다.
최대한 많은 것들을 쥐려고 하지만 모든 것들이 틈새로 빠져 나간다.
나는 빠져나간 떨어져 내린 것들을 바라보며 수치심을 느낀다.
당혹감을 느끼고 후회를 느낀다.
더 열심히 했어야 했나. 아닌가 내가 가진 게 결국 이정도인가.
그리고 내가 빠트린 것들을 너무나 잘 쥐고 세상을 향해 흔들어 보이는 이들을 바라본다.
그들의 빛나는 미소와 힘이 들어간 손을 보고 있노라면
내손에 쥐어진 것은 우주의 먼지마냥 느껴진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있나.
나는 지금 어떤 감정으로 살아가나.
나는 어떻게 사랑을 하고 있나.
나는 미쳐있다.
나는 미쳐있다는 핑계로 더 미치고 싶어 안달난 사람처럼 군다.
더 악랄하게 더 폭력적으로 변하며 매일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면 화가 잘 나고 우울한 기억과 지우고 싶은 기억들이
나의 뇌 주름 주름마다 고름처럼 차 오른다.
나를 망치고 있는 나를 바꿔야 한다.
누구보다 잘 알고있지만 너무나 어렵다.
나는 버려질 것이며 버려졌으며 또 누군가를 갈망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또 그럴 것이다.
나는 결국 변하지 않을 것이며
이렇게 평생을 후회와 상처속에 살아갈 것이다.
내 상처만 상처인 줄 알고
나의 피만 너무나 뜨겁고 빨갛다고 여기며
나만 바라보며 나에게 미쳐서 살아갈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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